제1부. 침묵하는 음성
제1장. 붉은 흙의 서막
현장 역학 노트 2029-KV-0712-A
비가 그친 뒤의 흙냄새는 한 가지 이름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마른 계절의 흙은 먼지다. 폐로 들어가 기침을 만들고, 옷깃에 묻어 하루의 색을 바꾼다.
그러나 비에 젖은 북키부의 흙은 달랐다.
그것은 먼지가 아니라 물이었다.
흙이 물이 되어 흘렀고, 물은 다시 피처럼 어두워졌다.
사람들은 그것을 산사태라고 불렀다.
산이 무너지고, 집이 떠내려가고, 염소와 식수통과 아이들의 신발이 한꺼번에 사라졌으므로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산사태라는 단어를 쉽게 쓰지 않게 되었다.
산은 스스로 무너진 것이 아니었다. 오래 닫혀 있던 광산이 먼저 숨을 쉬었다.
갱도 안에 고여 있던 공기와 물이 산의 배를 밀어냈고, 붉은 흙탕물이 마을의 낮은 곳으로 흘러내렸다.
그 물은 사설 진료소 앞 배수로를 지나갔다.
아이들은 그 물을 밟았고, 어른들은 그 물로 손을 씻었다.
누군가는 그 물을 피했다. 누군가는 피하지 못했다.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쓰는 일은 항상 잔인하다.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사후에 맞추는 일은 산 사람들의 기억을 찢어 붙이는 일과 비슷하다.
우리는 최초 환자를 찾고 싶어 하지만, 최초 환자는 대개 이름이 없다.
그는 등록지의 빈칸이거나, 찢어진 종이의 가장자리거나,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 “광산 쪽에서 온 남자”일 뿐이다.
그날 마리-클레르는 내게 말했다.
“내가 첫 번째가 아니에요.”
나는 그 말을 보고서에 적지 못했다.
보고서는 증거를 요구했고, 그녀의 목소리는 증거가 되기에는 너무 뜨거웠다.
하지만 내가 그 문장을 잊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말이 옳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이름 없는 것들을 두려워해야 한다.
비는 사흘째 그치지 않았다.
북키부의 우기는 원래도 사람의 인내를 시험했다.
하늘은 한 번 열리면 닫히는 법을 잊은 것처럼 쏟아졌고,
흙길은 하루 만에 길이기를 포기했다. 바퀴는 허리까지 빠지고, 발목은 진흙에 붙잡혔다.
나무 지붕 아래 매달아 둔 옥수수 자루에도 습기가 스며들었다.
아이들은 처마 밑에 모였고, 어른들은 하늘이 아니라 산을 바라보았다.
산이 너무 조용했기 때문이다.
비가 많이 오면 숲은 시끄러워져야 했다.
잎에 물방울이 부딪히는 소리, 물줄기가 바위를 긁는 소리, 멀리서 부러진 나무가 흙을 치는 소리.
그런데 그날 밤의 산은 숨을 참는 것 같았다.
소리는 있었지만 방향이 없었다.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와 발밑에서 우는 물소리가 뒤섞여,
마을 전체가 커다란 동물의 배 속에 들어간 듯 울렸다.
마리-클레르는 사설 진료소 뒤편에서 양동이를 비우고 있었다.
지붕에서 새어 들어온 물은 밤새 네 번을 비워도 다시 찼다.
전기는 두 시간 전에 끊겼고, 태양광 배터리는 이미 힘을 잃었다.
그녀는 휴대전화의 작은 불빛을 입에 물고, 젖은 바닥에 놓인 약품 상자를 더 높은 선반으로 옮겼다.
진료소라고 불리긴 했지만, 그것은 병원이라기보다 버티는 공간에 가까웠다.
벽은 시멘트와 흙벽돌이 섞여 있었고, 천장은 양철판이었다.
진료실 하나, 처치실 하나, 뒤쪽에 작은 약품 보관실, 가족들이 기다리는 좁은 마당.
분만도 여기서 했고, 말라리아 검사도 여기서 했고, 오토바이에 치인 아이의 다리도 여기서 꿰맸다.
공식 병원까지 가려면 길이 멀었고, 길은 자주 끊겼으며, 사람들은 길보다 먼저 돈이 끊겼다.
그날 밤 진료소 안에는 네 명의 환자가 있었다.
열이 나는 여덟 살 아이, 심한 설사를 하는 노인, 임신 막달의 여자,
산비탈 아래쪽 집에서 넘어져 팔을 다친 남자. 모두가 비를 듣고 있었다.
빗소리는 잠을 방해하는 정도를 넘어 말을 삼켰다.
마리-클레르가 아이의 이마에 손을 올렸을 때, 아이의 어머니가 입술을 움직였다.
“뭐라고요?”
마리-클레르가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산이…….”
그때 땅이 움직였다.
처음에는 천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천둥은 하늘에서 내려온다.
그 소리는 아래에서 올라왔다.
흙 밑에서부터 길고 낮은 울림이 번지더니, 곧 양철 지붕 전체가 떨렸다.
벽에 걸린 낡은 십자가가 딱딱 소리를 내며 흔들렸고, 약품 선반의 갈색 병들이
서로 부딪혀 작은 종소리를 냈다.
누군가 밖에서 소리쳤다.
“산이다!”
마리-클레르는 휴대전화를 움켜쥐고 문을 열었다.
바람이 아니라 흙냄새가 먼저 들어왔다.
젖은 흙 냄새, 썩은 나무 냄새, 쇠붙이를 물에 오래 담가두었을 때 나는 냄새.
마당 끝 배수로 쪽으로 물이 역류하고 있었다.
검은 밤 속에서 물의 색을 볼 수는 없었지만, 소리만으로도 그것이 평범한 빗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물은 흐르지 않고 밀어붙였다.
진료소 앞길 아래쪽에서 사람들이 뛰어올라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