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대조군 1-2

Healthcare worker attending to elderly patient on bed in a rural clinic ward with several beds and boots lined up

한 남자는 아이를 안고 있었고, 아이의 다리는 축 늘어져 있었다. 한 여자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자기 집이 없어졌다고 반복했다. 다른 사람들은 말이 되지 않는 말을 했다. 광산이 열렸다. 물이 불처럼 내려왔다. 염소들이 사라졌다. 어머니가 안 보인다. 빨리 와 달라. 제발 빨리.

마리-클레르는 손전등을 들고 마당으로 내려섰다. 발목까지 올라온 물이 샌들을 잡아당겼다. 진흙 속에는 풀잎, 나뭇가지, 찢어진 비닐, 누군가의 슬리퍼가 섞여 있었다. 물은 따뜻했다. 비 때문에 차가워야 할 물이 이상하게 미지근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안으로 들어와요! 다 안으로!”

그녀의 목소리는 빗소리에 부서졌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몰려왔다. 피 냄새와 젖은 옷 냄새, 흙냄새와 땀 냄새가 한 공간에 눌어붙었다. 마리-클레르는 팔이 부러진 사람을 벽 쪽에 앉히고, 머리를 다친 여자를 처치대 위에 눕혔다. 임신부는 숨을 몰아쉬며 배를 감쌌다. 설사하던 노인은 자리를 비켜주려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름은요?”

마리-클레르는 젖은 등록지를 펼쳤다. 볼펜 끝에서 잉크가 번졌다.

“이름 말해요. 이름.”

대답 대신 울음이 돌아왔다.

그녀는 이름 칸에 빈 줄을 남겼다. 첫 번째 빈칸이었다.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비는 가늘어졌지만, 물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마을 위쪽, 폐쇄된 구리·코발트 광산이 있던 산비탈에서 붉은 진흙탕이 계속 내려왔다. 그 광산은 오래전에 문을 닫았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기업이 떠난 뒤 버려졌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무장단체가 한동안 숨어 있었다고 했다. 아이들은 그곳에 박쥐가 산다고 말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폐광은 입에 올리지 않는 장소였다. 입에 올리지 않아도 거기 있었고, 보이지 않아도 마을의 물길 위에 있었다.

동이 틀 무렵, 마리-클레르는 진료소 앞 배수로를 보았다.

물은 붉었다.

단순히 흙이 섞인 갈색이 아니었다. 녹슨 철판을 긁어 물에 푼 듯한 색이었다. 어두운 주황과 검붉은 갈색 사이에서, 물은 낮은 곳으로 천천히 흐르며 빛을 삼켰다. 구름 사이로 겨우 나온 아침빛이 물 위에 닿자, 표면이 잠깐 피막처럼 번들거렸다.

어린아이 하나가 그 물가에 쪼그리고 앉아 손을 담그려 했다. 마리-클레르는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만지지 마!”

아이는 놀라 손을 거두었다. 그의 어머니가 아이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마리-클레르가 돌아서자, 다른 여자가 찌그러진 플라스틱 통을 들고 배수로 쪽으로 다가갔다. 진료소 안에 있는 아이의 얼굴을 닦아야 한다고 했다. 집의 물통이 떠내려갔다고 했다. 물을 쓰지 말라는 말은, 지금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과 같았다.

“끓여서 써요. 그냥 쓰지 말고.”

“불도 젖었어요.”

여자가 대답했다. 그 말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마리-클레르는 더 말하지 못했다.

오전이 되자 부상자는 더 늘었다. 마을 위쪽에서 내려온 남자는 왼쪽 허벅지에 깊은 상처가 있었다. 상처 주변은 붉은 흙으로 덮여 있었다. 그는 이름을 묻자 고개를 저었다. 프랑스어를 못 하는 건지, 말할 힘이 없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셔츠에서는 광산 안쪽에서 나는 것 같은 눅눅한 냄새가 났다. 그는 계속 입을 열었다 닫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물 마셨어요?”

마리-클레르가 물었다.

남자는 그녀를 보았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대답하려는 듯 입술이 움직였다.

그 순간 그는 앞으로 쓰러졌다.

마리-클레르는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몸은 젖은 천처럼 무거웠다. 혼자 버티지 못하자 옆에 있던 소년이 달려와 도왔다. 남자를 바닥에 눕히자 입가에서 검붉은 침이 흘렀다. 피인지 흙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 사람 이름 아는 사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마리-클레르는 등록지의 다음 줄을 보았다. 이름 칸은 또 비어 있었다. 그녀는 잠시 볼펜을 쥐고 있다가, 이름 대신 작은 표시를 했다.

광산 쪽 남자.

그것이 두 번째 빈칸이었다.

사흘 뒤, 진료소는 더 이상 진료소처럼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는 사람과 누워 있는 사람의 경계가 사라졌다. 마당의 의자는 침대가 되었고, 처치대는 분만실과 격리실과 수액실의 역할을 동시에 했다. 등록대 위에는 젖은 종이들이 포개져 있었다. 이름, 나이, 마을, 증상, 도착 시간. 필요한 칸은 많았지만, 채워지는 칸은 적었다. 어떤 종이는 빗물에 번졌고, 어떤 종이는 누군가의 피 묻은 손이 짚고 지나가 글자가 사라졌다.

마리-클레르는 새벽부터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언제부터 열이 났어요?”

“설사는 몇 번 했어요?”

“피가 난 곳이 있어요?”

“산사태 때 어디에 있었어요?”

질문은 점점 짧아졌다. 대답을 들을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아이의 입술에 물을 묻혀주고, 노인의 젖은 옷을 갈아입히고, 다리 상처를 다시 묶고, 임신부의 배를 만져 태아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손은 계속 움직였지만 머릿속은 흐려졌다. 그녀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앉은 시간이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했다.

말라리아 신속검사 키트는 한 상자밖에 남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고열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은 말라리아였다. 흔하고, 위험하고, 그래서 익숙했다. 익숙한 질병은 무섭지만 다룰 수 있다. 사람들은 말라리아라는 말을 들으면 표정을 굳히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이해 가능한 불행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아이의 결과는 음성이었다.

마리-클레르는 키트를 다시 보았다. 선은 하나뿐이었다. 대조선만 선명했다. 그녀는 아이의 이마를 짚었다. 뜨거웠다. 아이는 눈을 뜨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두 번째 환자도 음성이었다. 세 번째도 음성이었다.

“키트가 젖은 거 아니야?”

보조로 일하던 장피에르가 말했다. 그는 마른 천으로 손을 닦으며 검사대를 내려다보았다. 검사대라고 해봐야 나무상자 위에 비닐을 깔아둔 것이 전부였다.

“대조선은 나와.”

마리-클레르가 말했다.

“그래도 이상해. 이렇게 다 음성일 수가 있어?”

“그럼 말라리아가 아닌 거겠지.”

그 말은 너무 간단했다. 말라리아가 아니면 다른 이름을 찾아야 했다. 장티푸스. 세균성 장염. 오염된 물. 렙토스피라. 출혈열. 어떤 이름은 검사할 수 없었고, 어떤 이름은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도망치게 만들었다.

마리-클레르는 장티푸스 가능성을 보려고 문진을 다시 했다. 그러나 증상은 맞는 듯 맞지 않았다. 열과 복통, 설사는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잇몸에서 피가 나는 아이, 피부에 작은 붉은 점이 번지는 여자, 물을 마셔도 입술이 계속 마르는 남자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환자들의 얼굴이 닮아가고 있었다. 병명이 같다는 뜻이 아니라, 몸이 같은 방향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날 오후, 마리-클레르는 처음으로 자신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흘 동안 거의 자지 못했으니 당연했다. 그녀는 약품 보관실로 들어가 벽에 등을 기대고 섰다. 지붕 틈으로 떨어진 물방울이 양동이 안에서 규칙적으로 소리를 냈다. 똑. 똑. 똑. 그녀는 그 소리에 맞춰 숨을 골랐다.

입안에서 쇠맛이 났다.

그녀는 혀로 잇몸을 훑었다. 피는 없었다. 아니, 없다고 생각했다. 손등으로 입가를 닦자 희미한 분홍색이 묻어났다. 그녀는 그것을 한참 바라보다가 손을 씻었다. 비누는 작아져 거의 종잇장 같았다.

체온계는 39.1도를 가리켰다.

마리-클레르는 체온계를 흔들어 다시 쟀다. 39.2도. 몸은 정직했다. 자신이 숨겨도 몸은 숫자로 말했다. 그러나 숫자를 적을 종이는 이미 젖었고, 자신을 환자로 분류할 사람은 없었다.

밖에서 아이가 울었다.

그녀는 체온계를 주머니에 넣고 다시 나갔다.

아마니가 보고를 받은 것은 산사태 닷새째 되는 날 아침이었다.

무전은 세 번 끊겼다. 전화선은 비 때문에 죽었다가 살아나기를 반복했다. 메시지는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짧아졌다.

북키부. 산사태. 사설 진료소. 발열 환자 증가. 말라리아 음성. 장티푸스 아님. 간호사 중증.

아마니는 마지막 단어를 다시 읽었다.

간호사.

현장에서 의료인이 쓰러진다는 것은 환자 수보다 더 나쁜 신호일 때가 많았다. 의료인은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가장 늦게 자신을 환자로 인정한다. 그들은 증상이 시작된 뒤에도 환자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의료인이 쓰러졌을 때, 유행은 이미 여러 겹의 사람을 지나온 뒤일 가능성이 컸다.

그는 장비를 챙겼다. 방수 가방 안에 노트, 예비 배터리, 장갑, 마스크, 샘플 운송 용기, 체온계, 작은 손전등, 위성전화. 충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현장에 갈 때마다 장비는 늘 부족했고, 시간은 더 부족했다.

도로는 중간에서 끊겼다.

아마니가 탄 지프는 붉은 진흙 앞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운전자는 핸들을 잡은 채 욕을 했다. 길이라고 부르던 것은 이제 넓은 상처처럼 벌어져 있었다. 물은 그 상처 안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아마니는 신발 끈을 다시 묶고 가방을 어깨에 걸었다.

“여기서부터 걸어가야 합니다.”

운전자가 말했다.

“얼마나?”

“길이 남아 있으면 한 시간. 없으면 더.”

아마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흙 위에 첫발을 디뎠다. 발밑이 깊게 꺼졌다. 진흙은 신발을 놓아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달라붙었다. 몇 걸음 걷자 밑창이 붉게 변했다. 비가 그친 지 반나절이 지났지만, 공기는 여전히 젖어 있었다. 숲에서는 물이 계속 떨어졌고, 낮은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물길이 흘렀다.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냄새가 짙어졌다. 젖은 흙, 썩은 나무, 열린 상처, 끓이지 못한 물, 사람의 몸에서 나는 열 냄새. 아마니는 그 냄새들을 하나씩 구분하려다 그만두었다. 현장은 언제나 여러 원인이 한꺼번에 냄새를 낸다. 문제는 그중 무엇이 사건이고, 무엇이 배경인지 알아내는 일이었다.

진료소 앞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누운 사람도 있었다. 기다리는 것인지 포기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한 아이가 아마니의 가방을 바라보았다. 아이의 눈은 지나치게 맑았다. 탈수된 아이들의 눈은 때때로 그렇게 맑아 보인다.

“아마니 선생님?”

장피에르가 그를 알아보고 달려왔다. 그의 셔츠는 땀과 빗물로 젖어 있었다. 눈 밑은 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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